부다피아>생사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가는 곳마다 걸린다. (효봉스님)  
소개글
불교 집안의 상가집에 가면 간혹 ‘생야일편 부운기 사야일편 부운멸(生也一片 浮雲起 死也一片 浮雲滅)’, 즉 태어나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이라는 법문이 쓰여져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죽음을 왜 그토록 두려워하는가? 직접 경험 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이러한 ‘오래된 질문’을 던져온 것이 인류사 특히, 종교사에서는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인간은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찾고 신(神)을 믿으며 영생을 갈구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죽음의 문제는 불교에서도 근본문제 가운데 하나였다. 부처님의 출가동기가 생로병사의 해탈 추구로부터 시작된 것이며,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인 열반도 죽음에 대한 불안이나 공포로부터 해방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불교에서의 죽음은 인생고의 근본원인 중의 하나로 본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생과 사, 죽음과 열반을 다른 것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죽음을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출발점으로 생각하였다. 생과 사의 본성을 진지하게 관찰하면 그것은 전적으로 상반된 고정된 실체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내용은 우리로 하여금 생로병사를 있게 한 요인은 마음속의 번뇌 망상이고 나를 위주로 한 고정관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를 기준해서 지나치게 세운 기대가 어긋난다고 할 때 괴로운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뜰 앞의 단풍잎 하나 떨어지는 걸 보는 거나 흘러가는 구름 한 조각 보는 거나 다를 게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체험을 하신 게 부처님의 생사관의 특징이다.

  그래서 <법화경>에서는 ‘일생의 대사는 생사’라는 이야기가 하나의 화두로 전해져 오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79년간을 사시다가 열반하시기 석 달 전에 "내가 석 달 후에 열반에 들 것이니 그 전에 의심나는 게 있으면 모두 물어라"하셨다. 그 때 많은 대중들이 무척 섭섭해하고 애통해했다. 부처님을 신앙의 의지처로 삼고 살았는데 부모를 잃는 것보다 더 마음 아픈 그런 슬픔이었다.

  그 때 아난 존자가 대중을 대표해서 질문한다.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첫 날 첫 말씀이 뭡니까? 나의 생사는 이제 끝났다. 나는 열반을 증득했다. 감로의 물이 흘렀으니 모두 와서 마셔라. 생사가 모두 끝났다고 하셨는데 왜 돌아가신다고 하십니까? 그 날 생사가 모두 끝났다고 하신 말씀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열반에 들지 말아야 할 것이고 열반에 드셔야 한다면 그 날 하신 말씀이 거짓이었다고 수정 발표를 하셔야겠습니다." 하고 말하니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제자들아, 여래가 열반에 든다고 하여도 나의 제자가 아니요, 여래가 열반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도 나의 제자가 아니니라."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얼른 봐서는 알아듣기 어려운 마지막 말씀을 남겨 두셨다. 여래 또는 개개인의 인격체에는 열반에 든 부분과 아닌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열반에 든다고 하면 열반에 안 든 인격체까지도 열반에 든다고 하게 되고, 열반에 안 든다고 하면 열반에 든 인격체까지도 열반에 안 들었다고 하게 돼서 물질로 이루어진 것은 무상하다고 하는 법칙에서 어긋난다.

  육체는 물질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결국은 주관적인 입장에서 그러한 정신세계에 이르면 내가 지금 죽는구나 하더라도 이것은 뜬구름이 피어올랐다가 바람 따라 지나가는 걸로 무심히 볼 수가 있다. 이것을 일러 생사의 고통을 뛰어넘었다고 하는 이른바 초월한 경지이다. 그래서 혹자는 불교를 ‘죽음 앞에 떳떳하기 위한 공부’라고 말한다. 올 바른 생사관은 삶을 즐겁게 누리고 죽음을 편안히 맞이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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